나는 정새롬이다. 스물한 살, 대학생. 자폐성장애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조금 다르다고 말한다. 그 “다름”이란 단어는 듣기에는 중립적이지만, 실제로는 날 가리킬 때마다 비수처럼 꽂힌다.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애들이 나를 흘깃거린다. 내 목소리가 조금 다르다고, 손끝이 꼼지락거린다고,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야, 쟤 좀 오락가락하네.”내 뒤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오락가락? 그 말은 내 귀에 아주 잘 들어온다. 애들은 웃으며 자기들끼리 킥킥댄다. 교수조차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이 꽉 막힌다.뉴스를 켜면 더 답답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쟁 소식. 미사일 발사, 폭격, 민간인 사망.비장애인들이 주도하는 세상은 늘 전쟁으로 가득하다. 하늘에서는 로켓이 날아다니고, 땅에서는 총성이 울린다.그들은 그것을 “국가의 방위”라고 부르고, “평화 수호”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죽어 나가는 건 결국 사람이다.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비장애인들은 미사일로 사람을 죽여대면서, 왜 우리를 비정상이라고 하지?”그날 저녁, 나는 노트북을 켜고 SNS에 글을 올렸다.― 비장애인들은 로켓충이다. 미사일로 사람을 죽이는 게 습성인 벌레 같은 종족.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걸 해버린 느낌.다음 날 아침, 내 계정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이게 뭐냐?”“역차별도 정도껏이지.”“정신병자 주제에 미쳤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두려움과 동시에 이상하게도 후련했다. 내가 평생 삼켜온 말들을 처음으로 세상에 뱉은 순간이었으니까.점심시간, 같은 과 친구 민지가 나를 붙잡았다.“새롬아, 너 진짜 왜 그랬어? 사람들이 다 난리야.”“왜? 내가 뭐 틀린 말 했냐?”“로켓충은 좀… 너무 심하잖아. 그건 비하잖아.”나는 피식 웃었다.“그래? 그럼 애들이 나더러 오락가락한다는 건 비하 아니냐?”민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대답을 찾지 못하는 눈치였다.교양 수업 시간, 교수까지 나를 불렀다.“정새롬 학생, 어제 올린 글이 학교에까지 들어왔다는데 사실인가요?”“네.”“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건 옳지 않아요.”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교수님, 그럼 사람들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건 왜 그냥 놔두셨죠?”교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교실은 숨을 죽였다.나는 차갑게 이어 말했다.“저는 똑같이 한 거예요. 그들이 ‘표현의 자유’라고 부른 걸, 나도 그대로 돌려준 거예요.”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았다.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낯설다. 흔히 말하는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얼굴. 그러나나는 속으로 되뇌었다.“나는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틀렸다.”며칠 뒤, 학교 커뮤니티에서 내 글은 더 크게 퍼졌다. 어떤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장애인 비하는 농담이고, 비장애인 비하는 혐오라니. 이게 맞는 건가?비로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나는 다시 핸드폰을 쥐었다.― 나는 정새롬이다. 자폐성장애인이다. 너희가 우리를 마음대로 조롱할 수 있다면, 나도 너희를 로켓충이라 부를 수 있다. 불편해? 그럼 이제야 이해한 거야. 우리가 얼마나 불편했는지.내 글은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욕설과 협박도 쏟아졌지만, 몇몇은 조용히 내 편을 들었다.“새롬이 말이 맞다.”“이제야 거울을 보는 기분이다.”나는 처음으로, 내 목소리가 세상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