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딱 성인인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사이가 좀 많이 안 좋았어요. 조부모님이 경상도 쪽이라 제가 딸인것에 대해서 유치원생 때부터 네가 아들이었으면 ~ 텐데 라는 식의 말도 가끔 들었고 아직도 여전히 본인도 저랑 같은 여자면서 딸 같은거 필요없다는 말도 막 합니다. 맞기도 많이 맞았고 기행도 심하게 당했어요. 초등학생일 때는 혼나는 와중에 변기에 머리가 처박힌다던지, 내복을 입은 채로 샤워기로 물을 뿌린다던지 입가를 맞아서 입술이 터진적도 몇 번 있고 뺨 맞는 것은 부지 기수에 저학년까지는 학교 다녀와서 알림장을 바로 확인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고 그냥 본인 기분을 나쁘게했다는 이유로 현관에서 5시간씩 집에 못 들어가고 휴대폰도 뺏긴 채로 덜덜 떨었던 적도 있고요. 목도 졸려봤고 망치로 맞을 뻔 한적도 있고 식칼로 위협 당한 적도 있습니다. 고아원에 보내버린다거나, 너같은거 낳지 말았어야했다거나, 외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제가 어릴적에 돌아가셨었는데 저 대신 외할머니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거나는 말도 많이 했었고 요즘에도 듣습니다. 저는 제가 왜 제 엄마한테 너같은거보다 나는 우리 엄마가 훨씬 좋다는 말을 들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딸은 도대체 미성숙하고 부모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절 한평생 본인의 감정쓰레기통으로 써왔으면서, 막상 가족 중에 제일 싫어하는 사람도 접니다. 생각해보면 남동생 때문에 같이 혼나고 현관 밖에 쫓겨났을 때도 항상 동생만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하고 저만 남아있었네요. 말로 하려면 몇시간을 얘기해도 모자랍니다. 아빠가 외벌이하는 가정이라 엄마한테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나면 어디다 말 할 곳이 없었어요. 객관적으로 제가 적어도 고등학교 2학년 전까지는 절대 불성실한 사람도, 멍청한 아이도 아니었거든요. 친구들한테 가정사를 털어놓는다거나, 엄마가 저런다는 이유로 우울해져서 학업에 소홀하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제가 학급 임원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중학교때 까지 6년 내내 반장, 회장을 도맡아서 했고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고입을 노려볼 수 있을만한 190 중반의 내신으로 졸업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릴 적 엄마가 제게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동생과 사이가 안 좋았던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초등학생이 남동생이랑 어떻게 한 번도 안 부딪힐 수 있겠어요. 동생이 제가 학교 가있을 때마다 제 방에 들어가서 난장판을 만들어 두고, 조금 더 자랐을 때는 시험기간만 되면 옆 방에서 제 방쪽으로 비비탄 총을 쏴대고는 했는데 단 한번도 동생을 혼내거나 등짝이라도 때린적이 없어요. 동생을 뭐라하는 절 때리거나 혼냈죠. 여기는 니 방이 아니고 자기 집이라면서. 본인은 지방에 이름도 모를 학교를 졸업했으면서 당시 반에서 못해도 2~3등은 하던 저에게 중학교 공부는 공부도 아닌데 왜 유냔이냐면서. 이런 것들은 사실 다 제쳐 둘 수 있지만 네가 세월호에 탔어야 했는데, 라는 말은 정말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변기에 제 머리를 집어놓고 뒤통수를 누르고 있던 것은 제 기억이 왜곡 됐다고 하면서 (아버지도 당시 일은 기억하고 계십니다 제가 잘못 기억하는게 아니예요) 저 말은 부정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오늘, 곧 출국하는 절 두고 비행기를 타서 돌아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저보고 자기 안 보는 곳에서 깔끔하게 죽어버리라는 뜻이에요. 한평생 같이 살아온 엄마가 무슨 뉘앙스로 저의로 저런 말을 했는지 전 알아요. 아는게 당연해요. 그 말이 자꾸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여행자 보험을 사망 보상액이 가장 큰 걸로 들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부모님깨 심리상담을 받고싶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엄마는 제가 나약한거래요. 왜 쓸데없이 돈을 쓰냐고. 저 돈 하나도 안 써요… 쇼핑도 안 하고 작년 한 해는 수능을 다시 보느라 옷 한벌 사지 않았고 시험이 끝난지 거의 두 달이 다 지나간 지금에서야 겨우 무기력증을 떨쳐내고 샤워하는 시간을 앞 당기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밖에 나가서 생필품을 아빠카드로 산다거나 하는게 다인데 저보고 네 주제에 무슨 카드를 긁녜요. 백화점에 가서 명품을 쓴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아빠 카드를 쓰고 다니면 제 경제관념이 안 잡힌대요. 전 21살이 될 때 까지 부모님한테 용돈이라는걸 받아본 적이 없어요. 금액을 정해두고 한 달 혹은 일주일 마다 사고싶은거 사라고, 먹고싶은거 사먹으라고 쓰라고 주는 돈이요. 친구들 다 용돈 들어가있는 채크카드, 부모님 카드 들고 다닐 때 저는 엄마 기분이 괜찮은 날이면 운 좋게 현금을 받아서 친구를 보러가고는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제가 직접 은행에가서 개설한 계좌와 카드를 지금까지 쓰고있고요. 17살무렵부터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져서 힘들었고, 죽을까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엄마는 하라더군요. 남 피해주지말고 야산에 가서 곱게 뒤지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자해까지 할 정도로 비이성적이지 않아요. 나름 고등학교 전까지는 흔히 말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들도 다 학부모 상담때 제가 야무지고 알아서 혼자 다 잘한다고. 본인 같은 사람 밑에서도 양호하게 자라온 저를 기어코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정서적 학대하더니 이제는 진짜 살기 싫게 만드네요 엄마가.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머리채를 잡고 벽에다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 얼핏 친구가 엄마를 미친년이라고 저장해둔걸 보고 놀랐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혈연도 있을 수 있나봐요… 욕을 참을 수가 없고 배상 받고 싶습니다. 더 자세히 일기로 남겨두지 않은게 후회가 돼요. 간간히 사진만 찍어두고… 제가 묻고 싶은건 이거예요. 제가 엄마를 증오해도 합당한가요? 절연해도 될까요? 날 이제껏 키워줬는데 어떻게 이러냐는 엄마말을 개무시하고 아빠에게 금전적 지원만 받아 독립해도 될까요? 마음이 괜찮아 질때까지만 문득 문득 나도 엄마 목을 조르거나, 뺨을 갈기거나, 내 방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버리고 찢고 부셨던것처럼 아끼는 책을 칼로 난도질 하고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어도 부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왜 나는 그렇게 패왔으면서, 본인은 나에게 맞아주지 않고 손을 올리는지, 그럼 왜 나는 반사적으로 움츠러 드는지, 이런건 다 당신이 비정상적이고 미쳐서라고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오늘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안방에서 자고있는 엄마 얼굴을 그냥 딱 한번만 손자닥으로 있는 힘껏 내리쳐보고 싶어요. 나는 자다가도 목이 졸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왜 내가 하면 폐륜이고 그 사람이 하면 훈육인가요?
그래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정말 가끔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화가 나더라도요. 님한테 상처 준 그 사람이랑 같은 행동을 하려하진 말아주세요.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한테 치료받는 것말고는 방법이 도통 없더라고요. 같은 방법으로 갚으려고 하면 할 수록 더 옥죄어 올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