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입으로는 말하기 좀 그러지만 원래는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2학기 들어서 무기력이 찾아오더라고요. 특히나 그게 새벽에 더 심해져서 밤도 자주 새는 날이 많아져 성적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자책은 심해지는데 나날히 쌓여가는 무기력에 공부할 마음은 없어지고... 그러다가 저번 기말고사를 제대로 망쳐버려서 무기력이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요. 어차피 기말고사 끝났으니까 학교도 가기 싫어서 병결로 여러 번 빠졌었어요. 그러다가 방학이 오니까 무기력은 더 심해져서 숙제도 아침에 일어나서 하면 될 것을 학원 가기 1시간 전에 벼락 치기를 해요. 안 해오곤 일부러 거짓말한 척도 몇 번 있고요. 계속 이렇게 살다보니까 이렇게 살 거면 살아있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뭘 해야 하나 울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부모님이랑도 사이가 그렇게 친밀한 사이가 아니고 친구한텐 제가 이런 말 자체를 안해서 사실 상 털어놓을 때가 없어서 그 동안 혼자서만 짊어왔다가 이제서야 인터넷에서라도 말해봐요. 이제 정말 게으름 피울 만큼 피워서 뭐라도 해야 하는데 용기도 안 나고 기력도 없어서 그저 제자리에서 서성이기만 하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원망스러워요. 이러는 거 잘 알면서 바뀌지도 않고 저만 원망하고 있는 게 끔찍하게 싫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대로 못 살겠어요. 분명 해야 하는데를 되새기면서도 몸은 정작 움직여지지 않아요.
